어영부영 어수선한 가운데 봄이 오고 있습니다. 이러다 훌쩍 지나가버릴 것 같습니다. 또 몇년간 이런 봄을 못느낄 것 같아서 부지런히 만끽하고 있습니다. 이미 지난주에도 산청에 화재 소식이 있었는데 아직도 잔불이 꺼지지 않고 전국적으로 산불 소식이 있어서 꽃 소식을 전하는 마음도 좀 어둡습니다.

간만에 기숙학교에서 나오신 따님이 피곤해서 절대 가기 싫다는 것을 달래고 얼러서(10만원) 브런치까지 얹어서 설득했습니다. 제가 나주 빵 맛집이라고 부르는 곳(데일리박스)입니다. 와이프랑 있었으면 국밥을 먹으러 갔겠지만, 고2 딸이 먹고 싶다고 하면 브런치 먹어야죠. ^^ 빵값이 갈 수록 사악해져서 국밥 한그릇 생각이 절로 납니다. 물론 빵은 맛있지만 먹고 나면 왠지 얼큰한 라면이 생각납니다.

나주 혁신도시에서 약 두시간(130km)을 달려 왔습니다. 요즘 새벽같이 일어나는데다가 빵까지 든든하게 먹었더니 너무 졸려서 와이프가 운전했습니다. 완전 좋습니다. 사장님들이 기사를 두는 이유를 알것 같습니다.



섬진강과 홍매화, 매화, 그리고 철 이른 벚꽃까지 벌써 봄이 왔습니다. 날도 포근하고 좋은데 이날 미세먼지가 많아서 시야가 아주 청량하지는 않았습니다. 모래 바람이 난무하는 사막지역에서 온지 2년 정도로 아직은 미세먼지 따위는 아랑곳 하지 않습니다.

멀리 축제 전용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걸어서 청매실농원까지 갑니다. 구글 사진첩을 보니 2년전에도 이맘때 다녀 갔더군요. 그때도 걸어 갔는데 길이 많이 정돈이 된 것 같습니다. 주차장에서 셔틀이 운행되지만 버스 따위를 타기에는 날씨가 너무 좋습니다. 딸래미 후드를 입은 와이프와 딸이 보기 좋습니다.

섬진강은 두꺼비가 유명합니다. 왜구를 물리치기도 하고 아가씨를 구하기도 한 영물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지역 특산물로 유명한 재첩이 조형물로 제작되어 번쩍 번쩍합니다.

축제에는 가무가 빠질 수 없죠. 술을 드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호응해주시는 분이 많아야 버스킹 하시는 분들에게 힘이 되실 것 같습니다. 저도 동참하고 싶지만 날이 너무 좋고 술도 먹지 않은 상태라 제가 좋아 하는 노래가 나왔어도 소극적으로 발장구만 쳤습니다. 물론 딸래미와 와이프만 딱 붙어서 사진을 찍는 저를 내팽개치고 가서 기분이 안좋은 것도 조금은 일조했습니다.

농원은 이미 홍매화와 매화가 거의 90% 정도 만개했습니다. 어느 꽃을 보러가도 때를 제대로 못 맞췄는데 이번에는 아주 잘 맞춘 것 같습니다.




매화와 섬진강이 기가 막히게 조화를 이루었습니다. 그 옛날에 아무것도 없는 언덕배기에 혼자 매화나무를 심고 매실농장을 일구신 홍쌍리 여사는 이런 미래를 예상하셨을까요? 제가 애정하는 유홍준 교수님의 나의문화유산답사기 1권(남도답사 일번지)에 나온 이곳에 이렇게 가끔 들릴 수 있게 해준 회사에 감사하는 마음입니다.

2년전에는 '광양매실막걸리'를 신기하게 사가지고 갔는데, 이번에는 매실로 만든 증류주가 있었습니다. '섬진강 바람'이라 누가 작명하셨는지 정말 그럴 듯합니다. 그리고 오크통에 숙성해서 인지 몰라도 향도 좋습니다. 강추드립니다.
인터뷰 / ‘섬진강의 봄’ 이종기 대표 < 인물 < 뉴스 < 기사본문 - 광양만신문

“매실와인 매실 스파클링 개발할 것… 광양매실주의 세계시장 공략에 최선”지난 3월 열린 광양매화축제에서 관광객들로부터 유독 인기를 차지한 체험행사가 있었다. 신설법인 ‘㈜섬진강의 봄’이 선보인 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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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가 흐드러지게 피었습니다. 그냥 보고만 있어도 좋습니다. 멀리 농협 천막 주변으로는 각설이 공연과 먹거리 등을 팔고 있지만 그다지 신선하지 않고 꽃을 보고 있는게 더 좋네요. 꽃 사진 많이 찍으면 나이 든 증거라는데 가는 세월을 막을 장사는 없는 것 같습니다.

고2 딸래미의 미래 미식생활을 위해서 최대한 현지 맛집을 찾아 다니는데 이상하게 생겨서 싫다는 것을 조기 교육차원으로 데리고 간 지역 재첩 맛집입니다. 2년전에는 제가 져서 재첩국을 못먹고 중국음식을 먹은게 너무 아쉬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유명한 하신 분들이 많이 방문해서 싸인이 벽에도 모질라 천정에도 붙어 있습니다. 벚굴이 철이라고 하는데 그것까지 같이 먹자고 설득하기는 힘들었습니다.

전라도는 대강 아무데나 들어가도 맛집입니다. 놋그릇에 정갈하게 조금씩 나오는 반찬인데 거를 타선이 하나도 없습니다. 젓갈이 들어간 제대로 된 김치에 부추와 궁합이 맞는 김무침, 꽈리고추와 멸치볶음, 그리고 미나리 콩나물 무침, 파김치, 좌측 상단은 오뎅무침인 것 같은데 예사롭지 않은 내공이 있습니다. 심지어 미역줄기 무침도 맛있었습니다.

제첩덮밥과 재첩국을 먹었습니다. 명불허전입니다. 막걸리가 너무 땡겼지만 와이프가 올 때 운전했으니 갈 때는 제가 운전하는 것이 '강호의 도리'라고 주장하여 제가 양보했습니다. 광양 막걸리.........

식당 밖에서 팔고 있는 벚굴, 참게와 쪽파입니다. 사가지고 가고 싶지만 임시 거주시설에서는 엄두가 나지 않는 식재료입니다. 임시 숙소에서의 생활도 할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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